[약 이야기] 진통제 내성, 괜찮을까요? 아프면 드세요!
안녕하세요, 날이 많이 풀렸어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다들 잘 지키시고 계신가요? 선거철이 다가왔는데 선거 유세가 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띄고 있더라구요. 저는 지난 금요일 사전선거를 마쳤습니다. 감염예방을 위해 손등에 도장을 찍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쉽긴 하더라구요.
오늘은 진통제 내성에 대해서 얘기해볼까해요. 생리통에 진통제 자주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던데? 하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뻥입니다. 뻥 쌩구라. 누가 그런 헛소리를 퍼트렸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내성이 생기지 않으니 아프면 드세요.
약학에서 흔히 “내성이 생긴다.”라고 말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1. 항생제 내성, 2.효과에 대한 내성. 그 외에도 부작용 내성이라던가, 포도당 내성 등이 있지만 일단은 두가지만 이야기 해볼게요.
1. 항생제 내성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슈퍼박테리아, 종종 의학 드라마에서 들어보셨을 거에요. 저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보지 않지만,,,(요즘 드라마를 안 보게 되더라구요) 어릴 적 본 한 의학드라마에서, 환자가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어서 의사가 반코마이신을 주사하라고 하니까 환자가 내성 생긴다고 엄청 거부하는.. 장면이 나왔던 걸 기억해요.
이 이야기를 하려면 항생제에 대해 먼저 조금 자세히 이야기를 해볼게요. 세균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번식을 할 때마다 돌연변이가 일어납니다. 이 세균 중에 우리 몸에 병을 일으키는 세균들을 병원균이라고 하는데, 이 병원균이 몸에 침입해서 세포가 아파하는 걸 감염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항생제를 먹고 몸에 있던 균이 다 죽지 못하여 살아남는 세균이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게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을 항생제에 내성이 생겼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A균에 의한 감염의 경우 항생제를 3일간 먹어야 A균이 다 죽는데, 2일만 먹고 항생제를 다 먹지 않았다면 우리 몸에서 살아남은 A균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또 감염을 시킬 수 있다는 뜻이죠. 항생제는 꼭 처방받은 날을 다 채워 먹으라고 하는 이유가 이거입니다.
나중에 항생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볼테니, 오늘은 이 정도로 줄이고, 본론으로 바로 넘어가볼게요.
2. 효과에 대한 내성
“생리통에 진통제 자주 먹으면 내성 생긴대~”에서 말하는 내성이 이 내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같은 약을, 같은 양 먹어도 전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고 합니다. 고혈압약(ACEi)에 내성이 생길 수도 있고, 니트로글리세린(협심증 예방약)에 내성이 생기기도 합니다. 진통제 중에는, 암환자의 암성통증에 사용되는 마약성 진통제가 내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일반의약품 진통제는 내성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시중에 보통 유통되는 진통제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과 NSAID계열이라고 불리는 약인데, 이 약들은 효능에 있어서 내성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아프면, 진통제를 드시면 됩니다. 드세요.
OTC(일반의약품) 중에 타이레놀만큼 안전한 약이 없다고도 합니다. 정확한 용량과 복용 주기를 지켜서 드시기만 한다면 큰 부작용 없이 드실 수 있습니다. 애초에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타이레놀 주세요~(요즘에는 편의점에서도 팔죠) 하고 살 수 있는 약인 이상, 병원에 삐뽀삐뽀 실려갈만큼 심각한 부작용이 없으니까 일반의약품인겁니다. 어? 타이레놀 뒷면에 쇽이 일어나면 즉시 의사에 알리라고 써있는데요? “매우 드물게” 쇽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매우 드물게=0.001%를 뜻하는 말입니다. 전에 타이레놀을 먹고 큰 이상반응이 없었다면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하지만 알러지가 있으신 분들은 조심하셔야 해요. 예전에 이지엔 프로을 먹고 두드러기가 생겼었어요, 그러니까 이번엔 이지엔 애니를 먹어보려구요… 하실 수도 있지만 이지엔 프로와 이지엔 애니는 사실 같은 성분입니다. 이지엔, 그날엔, 탁센 등등(NSAID계열)을 먹고 알러지가 있으셨다면 약국에서 약을 구매하실 때 꼭 알려주시고, NSAID계열이 아닌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을 추천드립니다.
타이레놀.. 간에 엄청 안 좋다고 하던데요? 라고도 많이 얘기하시는데.. 타이레놀이 간독성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하루 4g으로 최대 복용 가능한 용량이 정해져 있는거구요. (요즘에는 3.2g만 먹어야 한다고 하는 외국 논문도 많습니다) 하루 최대 복용 용량 이내에서 드시기만 하면 매우 안전한 약입니다. 단,,, 술이랑만 같이 드시지 마세요.
술과 약은 언젠가 다시 자세히 다룰 예정이지만, 저희 교수님이 “약을 술이랑 먹는건 나을 생각이 없다는 거죠?!”라고 하셨어요. 술 먹기 전 후에 약 드시지 마세요.
타이레놀 같은 경우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타이레놀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몸 속 곳곳으로 퍼지기 전에 “간”이 검문을 합니다. 이걸 해독작용이라고 불러요. 간에 있는 효소가 타이레놀을 이리저리 조물딱조물딱해서 좀 더 물에 잘 녹게(물에 잘 녹아야 소변으로 배출이 잘 되거든요) 만들어서 몸 속을 순환시킵니다. 문제는 타이레놀을 조물조물하는 효소랑, 알코올을 조물조물하는 효소랑 같은 효소라는 거에요. 조물이 효소는 100명 밖에 없는데, 타이레놀을 조물조물하는데 60명이 필요하고, 알코올을 조물조물하는데 60명이 필요해요. 근데 타이레놀이랑 알코올이 우리 몸에 같이 존재하면 100명이서 120명분을 해야하는거잖아요. 알코올을 조물조물하느라 타이레놀을 조물조물하지 못하면 타이레놀이 에잇! 하면서 폭주해서 간을 손상시키는 겁니다. 그래서 술이랑 약이랑 같이 드시지 말라고 하는거에요.
1회 복용량과, 복용 간격을 잘 지키시만 한다면 진통제는 매우 안전한 약입니다. 그러니까 아프면, 드세요!!
- 타이레놀의 하루 가능 복용량 관련 해당 트윗 스레 참고해주세요 https://twitter.com/pharmacy_record/status/1229729490525286400?s=21
- 의약품 부작용의 표기 관련 트윗 스레 참고해주세요 https://twitter.com/pharmacy_record/status/1182602870492807168?s=21
Q. 저.. 숙취로 머리가 너무 아파요... 진통제 먹어도 되나요...?
A. 술 마시고 약 먹는거 아닙니다. 타이레놀이 에잇! 하고 간을 망가트린다구요..
알코올은 우리 몸에 들어가서 알코올 → 아세트알데히드 → 아세테이트 이렇게 세가지 단계를 걸쳐 대사를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모두 간의 해독 작용이 관여해요. 여기서 알코올 → 아세트알데히드에 관여하는게 조물이 효소입니다.
문제는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숙취의 원인인 녀석이라는 거죠. 얘가 아세테이트가 되지 못해서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고... 그러는거에요. 빨랑빨랑 간이 일을 해서 아세트알데히드가 아세테이트로 변할 수 있게 하면 됩니다. 아세테이트는 물에 잘 녹아서 소변으로 잘 빠져나가거든요.
그래서 술 마시고 머리아프면 1. 물 마시세요. 트위터 꿀팁으로 게토레이가 돌아다니는게 이겁니다. 물을 많이 마시면 그만큼 소변으로 아세트알데히드나 아세테이트가 잘 빠져나가거든요. 그러고도 죽겠다, 싶으면 2.간영양제를 사서 드세요. 약국에서 "술약", 혹은 "숙취해소제"로 많이 팔거에요. 그러면 괜찮아집니다.. 저도 토마토로 술 마시고 죽을 것 같아서 술약 사 먹어본 적..있어요...ㅎㅎ 그래도 여러분 술은 적당히... 이왕이면 건강을 위해 금주합시다.